모벤시스 박평원 대표(왼쪽)·김기훈 매니저(오른쪽) (사진 무인화기술)
“추가적인 제어보드나 PLC, Stand-alone 컨트롤러 없이 윈도우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만으로 다양한 제조장치의 고속 다축 모션 컨트롤을 실현할 수 있다.” 듣기만 해도 멋진 기술이다. 그리고 가성비가 뛰어날 것 같은 느낌이 절로 드는 기술이다. 이 기술의 주인공은 모션 컨트롤 전문기업인 모벤시스다.
아직까지 제조자동화 시장에서 익숙치 않은 이름인 모벤시스는 외국기업이 아니라, 한국기업이다. 모벤시스는 몰라도 소프트모션앤로보틱스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모벤시스의 전신(前身)이 바로 소프트모션앤로보틱스로, 지난해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레센도)가 500억 원을 투자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올해 사명을 모벤시스로 변경했다.
모벤시스로의 사명 변화는 이 회사에 있어서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우선 그동안 반도체 시장 위주의 모션 컨트롤 사업을 전개해오던 사업영역을 디스플레이, 전기자동차, AGV나 로봇 등의 물류 분야로 확대해 나가는 한편,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대만이나 중국, 미국 등으로 글로벌하게 시장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제조자동화 시장에서의 다양한 박평원 사장의 이력과 경험, 그리고 박 대표의 국적이 미국이라는 점을 고려한 크레센도의 계산이다.
박평원 대표와 제품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기훈 매니저를 만나 모벤시스의 사업계획을 들어봤다.
Q 모벤시스라는 이름이 아직 낮설다. 모벤시스는 뭘 하는 회사인가?
A. 모벤시스의 전신인 소프트모션앤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소프트웨어 기반의 모션 컨트롤 시스템(Motion Control System)을 개발한 기업이다. 소프트웨어로 공장자동화 분야의 장비를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기술인 소프트모션 컨트롤러를 국내 최대 반도체 설비 제조업체인 S사와 H사 등 국내외 반도체 장비 기업 등에 공급하면서, 시장에서 이미 기술력에 대해 검증을 받았다.
Q. 모벤시스는 사명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소프트서보에서 소프트모션앤로보틱스로, 소프트모션앤로보틱스에서 모벤시스로 회사명이 바뀌었는데, 회사의 역사를 설명해줄 수 있나?
A. 1996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 박사 출신인 양부호 박사가 MIT 연구프로젝트(차세대 CNC 소프트모션)로 미국 보스턴에 ‘소프트서보’를 설립한 것이 시초다. 이후 2006년 일본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2014년 한국법인 ㈜소프트서보 코리아를 설립한 이후, 한국에서는 ‘2016년 ㈜소프트모션앤로보틱스’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출범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크레센도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 로봇 및 모션컨트롤, 첨단 계측제어 솔루션을 주도하는 기술집약적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올 2021년 사명을 ‘모벤시스’로 변경했다.
Q. 크레센도라는 사모투자펀드 회사가 소프트모션앤로보틱스에 투자를 한 걸 보면, 모벤시스의 미래가 희망적이다?
A. 앞서 설명한 대로, 모벤시스의 소프트모션 기술은 미국 MIT에서 시작이 됐다. 크레센도의 이기두 대표도 양부호 박사와 마찬가지로 MIT 출신이다.
크레센도는 소프트모션앤로보틱스의 두 가지 레퍼런스를 긍정적으로 본 것 같다, 첫 번째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장비 제조사인 S사이고, 두 번째는 반도체 제조사인 H사다. 까다로운 이 두 기업이 모벤시스를 선택한 이유는 검증된 기술력과 어플리케이션 확장성에 있다.
크레센도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기술은 좋지만,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평가를 하고 있다. 기술력만 있으면 전 세계로 나갈 수 있다고 보고, 한국뿐만이 아니라 해외로 시장을 넓혀나가는 것이 크레센도의 목표이다. 이러한 이유로 모벤시스의 성장성을 크게 평가했고, 모벤시스가 일본과 미국에 지사를 두고 있어서 글로벌화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현재 우리 모벤시스는 반도체 시장 위주로 모션 컨트롤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디스플레이,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라이프 사이언스 및 AGV나 로봇 등과 같은 모션 컨트롤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로 시장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또한 카이스트 및 고려대와 함께 국책과제와 더불어 PC 기반으로 AGV의 빅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올리는 AI 바우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제조현장은 빅데이터와 AI, IoT 등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예지 보전, 장비 수명 진단 등의 생산성 향상을 추구하는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스마트 팩토리의 등장으로 인해, 전통적인 PLC 방식의 데이터 전송과 배선, 전장 등에 있어서 새로운 이슈들이 생겨나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로의 전환기에 대처할 수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가 PC 기반의 제어 기술이며, 모벤시스의 PC 기반 모션 컨트롤러인 ‘WMX’ 솔루션의 성장세가 점차 커지고 있다.
Q. AGV나 로봇 등 물류 분야는 모벤시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다. 이러한 시장을 커버할 수 있는 조직이 있나?
A. 현재 우리의 장점이 모션 컨트롤 기술이지만, AGV나 로봇 등의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M&A도 검토해볼 의향이 있다.
Q. 모벤시스의 독자기술인 소프트모션과 소프트 마스터, WMX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한다.
A. 우리 모벤시스는 독자기술인 소프트모션과 소프트 마스터를 통해 소프트웨어 기반의 EtherCAT 모션 컨트롤 솔루션인 WMX를 개발해 제공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기술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소프트모션은 소프트웨어로 설계된 모벤시스의 독자적인 모션 컨트롤 기술로서, 추가적인 제어보드나 PLC, Stand-alone 제어기 등이 없이, 시판되는 윈도우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만으로 다양한 제조장치의 고속 다축 모션 제어를 실현한다. 다축의 고급/동기 제어가 가능하다.
<그림>에서 보여주듯이 CPU의 코어별로 어플리케이션을 할당하고, 윈도우와 리얼타임 커널을 분리해 실행하며, 리얼타임 커널 상에서 통신 제어를 비롯하여 각종 제어를 소프트웨어로 실현한다.
소프트 마스터는 모벤시스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타입의 필드버스 통신기술로서, 이더넷 기반 소프트웨어 타입의 필드버스 통신기술인 EtherCAT을 활용해 자체 개발해서 제공하고 있다. EtherCAT 외에도 CC-Link IE TSN, RTEX, MECHATROLINK- IV의 통신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WMX는 모션 제어 보드를 대체하는 소프트웨어 제어 솔루션으로, 우리 모벤시스가 독자 개발한 EtherCAT 소프트 마스터가 탑재된 소프트모션 컨트롤러다. 하드웨어가 없는 모션 컨트롤 플랫폼으로서, 기존 하드웨어 컨트롤러의 복잡한 배선을 간소화시켜 한 대의 PC로 다양한 모션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 엔지니어는 초고속, 초정밀도에 필요한 실시간 제어 스레드를 장비에 맞게 설정해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여러 개발 언어와 도구들을 지원하기 때문에 고객의 다양한 개발 환경을 지원한다.
WMX는 하나의 라이선스로 최대 128축까지 제어가 가능하다. 따라서 비용 절감 효과도 뛰어나다. 128축 기준으로 PC 기반 펄스 제어 모션에 비해 29%, PLC 기반에 비해 59%를 절약할 수 있다.
특히, PC 선택에 있어서 자유롭고, 일반 PC와 호환성이 높으며, CPU, RAM 등 PC의 자원을 그대로 활용해 선행보간경로 제어 등과 같은 고속·고연산이 필요한 제어를 할 수 있다.
Q. 소프트웨어 기반의 모션 컨트롤은 PLC 기반이나 모션 제어 보드 기술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나?
A. 가장 큰 차이점은 확장성이다. PLC는 최근에는 모듈 하나에 16축, 32축까지 제어가 가능하지만, 그 이상의 축수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를 추가하거나 메이커에 따라 PLC CPU를 바꿔야 하는 불합리한 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라이선스만 추가하면 하드웨어 변경 없이 쉽게 확장할 수 있으며, 더불어 소프트웨어적으로 1ms의 주기로 128축까지 제어를 할 수 있다. 이게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 컨트롤의 가장 큰 장점이다.
거의 대부분의 PLC 제조사들은 자사만의 서보 드라이브와 모터를 위해 호환성을 제공하거나 자사의 호환성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그러나 PC기반의 모션 컨트롤인 WMX는 이기종간 호환성에 있어 더욱 자유롭게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어, 고객의 선택의 폭이 넓을 뿐만 아니라 BOM 최적화에도 매우 유리하다. 더 나아가 하드웨어 단종에 대한 부분도 거론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PLC가 단종이 되면, PLC의 하드웨어를 변경, 프로그램 수정 또는 최악의 경우 설비 전체의 개조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소프트 기반의 제어는 범용화된 산업용 PC를 사용한다는 점과, 프로그램 역시 범용 언어(C++,C# 등)인 점을 고려하면 제품 단종에 대한 위험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레이턴시(Latency 지연) 측면에서도 중요한 차이가 있다. PLC는 시퀀스 제어로 프로그램에 따라 응답속도에 꽤나 큰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시퀀스 처리하는 조건에 따라 매 싸이클의 응답속도가 다르게 나오는 것이 단점이다. 물론, 고속처리를 위한 정주기 테스크를 별도로 우선 처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제한적인 리소스로 제약이 많이 따르기 마련이다. 반면에 PC의 경우, 멀티 스레드를 이용한 병렬처리로 고속의 일정한 응답성을 제공함으로써 더 나은 설비의 택타임(Takt Time)과 제조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
또 최근에 제조업체들의 택타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은 특히 이차전지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고객의 요구를 맞추기 위해 소프트모션 솔루션이 최적의 솔루션이 될 수 있으며, 이 또한 모벤시스의 중요한 차별 포인트이기도 하다.
마지막 차별 포인트로서 공간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다. 하드웨어를 확장하는 개념의 PLC 아키텍처는 제어반 공간에 큰 이슈 거리가 되곤 한다. 반면에 실시간성을 해치지 않으며 네트워크를 베이스로 한 확장 개념이 이러한 골칫거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Q. 소프트웨어로 모션제어를 하고, EtherCAT 통신을 사용한다는 것은 EtherCAT을 개발한 독일의 모 업체와 비슷하다. 모벤시스의 기술은 이 회사와 어떻게 차별화 되나?
A. 대부분의 메이커가 그렇듯, 자사의 하드웨어 의존성을 높이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벤시스는 이러한 EtherCAT 서드파티 호환성의 장벽을 없애, 고객 입장에서 더 나은 솔루션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신뢰성을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에 맞춘 기능 추가, 변경 등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좀 더 고객의 입장에서 대응을 해온 것이 모벤시스의 또 하나의 차별 포인트다.
Q. 앞으로의 사업전략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A. 현재까지는 반도체 산업 분야 위주로 활동을 해왔다. 앞으로는 EV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제약 산업, 어플리케이션적으로는 AGV, 로봇, 물류시스템 등의 분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리고 대만, 중국, 미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계획이다. 모벤시스의 본사는 한국에 있고, 일본과 미국에 지사가 있어서,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는 것이 더욱 유리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좋은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직급을 없애고 영어이름을 사용하며, 수직적 조직보다는 수평적 조직으로 변경하여 수동적인 업무형태에서 능동적이고 자유로운 의견을 표현하고 반영할 수 있는 문화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