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지난 10여 년간 제조 산업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을 통해 데이터 기반의 생산 관리 체계를 구축해왔다. 생산·품질·설비·물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데이터 수집과 모니터링이 자동화되면서, 공장의 운영 효율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최근 제조 현장은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 AI 기반 자율 지능형 운영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AI 기술의 도입으로 공정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수집·분석되고, 그 결과가 즉각적으로 제어 명령에 반영되면서, 공정 운영의 의사결정이 자동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즉,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능형 자동화(Intelligent Automation)가 구현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2. 스마트 팩토리에서 제어기의 역할
스마트 팩토리는 OT(Operational Technology)와 IT(Information Technology)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제조 운영 시스템이다. 현장의 장비·로봇·센서 등 물리적 프로세스를 제어하는 OT 시스템과 MES·ERP 등 상위 관리 시스템(IT)이 연결되어, 생산 현장의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그림 1. 스마트 팩토리 ISA-95 모델과 AI 활용 영역 및 Control Level
이러한 통합 구조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국제 표준 ISA-95는 제조 운영의 계층 구조를 Level 0부터 Level 5까지 정의하며, 각 계층 간 데이터 흐름과 인터페이스를 명확히 규정한다. 이는 물리적 생산 실행 단계(Level 0)부터 경영 관리(Level 5)에 이르는 전 과정을 아우르며, 스마트 팩토리 구현의 기본 참조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SA-95 계층 구조를 살펴보면, Level 0~2는 생산 공정의 실행과 장비 제어가 이루어지는 현장 운영 레벨로 실제 현장의 실시간성과 정밀도를 담당한다. Level 3~5는 공정 데이터의 분석·예측, 생산 계획 및 운영 최적화를 수행하는 영역으로 현재 AI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최근 스마트 팩토리의 기술은 이 두 영역이 서로 맞닿아 겹치는 구간, 즉 AI 분석 결과가 제어 단계에 실시간 반영되는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 이 구간에서 제어기는 단순한 장비 구동 장치를 넘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및 전처리를 하여 AI 분석에 적합한 형태로 제공하고, 그 판단 결과를 즉시 제어 명령으로 변환하여 자율적 공정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제어기가 개별 공정의 하위 장비를 구동하는 수준을 넘어, 생산 및 운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분석·제어하는 플랫폼 레벨의 핵심 노드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3. 지능형 자동화 시대의 제어기 기술 요건
이러한 역할 변화에 따라 AI와 데이터 분석 기술이 제어 영역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지능형 자동화 시대의 제어기는 복잡한 생산 공정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면서도, 다양한 장비와 시스템 간의 상호 연동을 안정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요구되는 핵심 기술 요건은 실시간성, 유연성, 신뢰성, 지능성으로 구분된다.
표 1. AI 기반 스마트 팩토리 제어기의 주요 요구 요건 및 핵심 기능
실시간성(Real-time)은 고속·고정밀 공정 제어의 기본 요건이다. 제어기는 마이크로초(μs) 단위의 응답 속도를 확보해야 하며, 이를 통해 장비의 미세한 상태 변화를 즉시 반영하고 다축 동기화 및 예측 제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는 생산 장비의 동적 안정성과 품질 정밀도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연성(Flexibility)은 제조 환경의 다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개방형 통신 표준(EtherCAT, OPC UA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비·네트워크와의 연동을 지원해야 하며, 이를 통해 시스템 통합 시의 복잡도를 줄이고 향후 설비 확장이나 변경에도 대응할 수 있는 구조적 유연성을 확보한다.
신뢰성(Reliability)은 생산 설비가 장시간 연속 운전되는 산업 환경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제어 시스템은 온도, 진동, 전자파 등 다양한 물리적 영향 하에서도 안정적인 동작을 유지해야 하며, 데이터의 무결성과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제어 로직의 검증 체계와 진단 기능을 강화하여 시스템의 예측 불가능한 상태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지능성(Intelligence)은 제어기가 AI 및 머신러닝 기술과 연계하여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제어 로직에 반영해 자율적으로 제어 성능을 최적화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대용량 데이터 처리(Big Data Processing)를 통해 센서와 장비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품질 변동 요인을 예측하며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제어기는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 지능형 판단과 제어를 실시간으로 수행하는 실행 플랫폼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요건은 단순한 장비 제어를 넘어, AI·데이터 분석·디지털 트윈 등 고차원 기술과의 유기적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제어 아키텍처를 요구한다. 이에 따라 최근 산업계 전반에서는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 제어(Software-based Motion Control) 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 제어는 산업용 PC(IPC)를 중심으로 한 실시간 운영체제(RTOS) 와 실시간 통신(EtherCAT 등) 을 통해 마이크로초(μs) 단위의 응답성을 확보한다. 또한 모션, 로봇, 비전, I/O, 안전 제어 등 다양한 기능을 단일 플랫폼에서 통합 수행함으로써, 하드웨어 구성을 단순화하고 유지보수 효율을 높인다. 이 구조는 AI·디지털 트윈·엣지 컴퓨팅 등 상위 기술과의 데이터 연동을 용이하게 하여 제조 시스템 전체의 지능화 수준을 향상시킨다.
현재 제어 기술의 경쟁력은 AI와 제어 로직이 실시간으로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의 통합 역량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를 분석·해석해 공정 최적화에 반영하고, 이를 실시간 제어 수준으로 연결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기반 고성능 제어 플랫폼이 차세대 자동화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4. 소프트웨어 기반 통합 제어 적용 사례
최근 제조 산업의 제어 기술은 소프트웨어 기반 통합 제어(Software-based Integrated Control)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반도체, 전자, 물류 등 복합 장비와 고정밀 공정이 요구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용 PC(IPC)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모션 제어 아키텍처가 기존의 제어 구조를 보완·확장하는 형태로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전환은 데이터 수집, AI 분석 및 최적화, 실시간 제어에 반영하는 루트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며, 공정의 실시간성·정밀도·유연성을 동시에 향상시킨다. 이를 실제 산업 환경에서 구현한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반도체 OHT 및 STK의 소프트웨어 기반 통합 제어 구현
반도체 제조와 물류 공정에서는 다양한 장비가 복합적으로 연동되며, 이에 따라 제어 구조의 복잡성과 시스템 간 통신 지연이 발생하기 쉽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제어 플랫폼의 구성 단순화와 통신 효율 확보가 시스템 성능과 유지보수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존 OHT 시스템은 IPC와 별도의 VHL 제어 보드(EtherCAT, I/O 보드 등)를 결합해 구성되어 있었다. 이를 별도의 제어 보드 없이 하나의 IPC에서 소프트웨어 모션 컨트롤러로 모든 모션 및 I/O 제어를 수행하여 개발 기간 단축, Total Cost 절감, 시스템 구성의 단순화로 확장성과 유지보수성 또한 크게 향상되었다.
또한, 기존 반도체 STK 설비는 CIM PC, Master PLC, RM PLC 등 세 장치가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였다. 이 방식은 제어 흐름이 복잡하고, 장비 간 통신 지연으로 인한 성능 저하 우려가 존재했다. 이를 단일 IPC 기반 통합 제어로 전환하여 시스템 간 통신 지연을 제거하고,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 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한 모션 및 로직 제어를 동일한 소프트웨어 환경에서 수행함으로써, 공정 간 데이터 동기화와 실시간 제어 안정성을 확보하였다.

그림 2. OHT 및 STK 장비의 단일 IPC 기반 통합 제어 구조 전환
(2) 모바일 매니퓰레이터(MoMa)의 One PC 통합 제어 구현
모바일 매니퓰레이터(Mobile Manipulator, MoMa)는 자율주행 로봇(AGV)에 6축 협동로봇을 탑재한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주행 제어기, 로봇 제어기 등 복수의 컨트롤러가 이더넷으로 연결되어 각각의 기능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이를 단일 PC 소프트웨어 기반 통합 제어 구조를 적용하여 주행, 로봇, 비전 센서 제어를 한 플랫폼에서 수행하도록 구현했다. 이를 통해 시스템 크기와 전력 소모를 절감하였고, 실시간 동기화 제어로 주행 안정성과 작업 정밀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그림 3. MOMA 제어 시스템의 통합 구조 전환
(3) PLC에서 PC 기반 소프트웨어 제어 플랫폼 전환 사례
전자제품 조립라인에 기존의 PLC 기반 제어 시스템을 PC 기반 제어 플랫폼으로 전환하여, 센서 및 설비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대용량 로그를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불량 예측 및 공정 최적화 모델이 운영 단계에서 직접 반영되며 최종적으로 수율 개선 및 양품 생산의 안정성이 개선되었다.

그림 4. PLC 기반 제어 시스템 PC 기반 소프트웨어 제어 플랫폼 전환 사례
이와 같은 사례들은 소프트웨어 기반 통합 제어 기술이 다양한 제조 환경에서 실질적으로 적용·검증되고 있으며 생산 설비의 실시간 제어, 데이터 동기화, 유지보수 효율화 등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이러한 기술은 제어기, 센서, AI, 디지털 트윈 등 상위 기술 간의 연계를 촉진함으로써 지능형 자동화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 인프라로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5. 결론: 통합 제어가 여는 지능형 제조의 미래
스마트 팩토리의 진화는 더 이상 개별 장비 간의 자동화 수준을 논의하는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는 데이터, AI, 제어 기술이 실시간으로 결합되어 하나의 지능형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통합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AI가 공정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가 제어 로직에 직접 반영되는 환경에서는 제어기가 단순한 장비 구동 장치를 넘어 제조 현장의 판단과 실행을 연결하는 핵심 노드로 기능한다.
소프트웨어 기반 통합 제어 기술은 이러한 변화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인프라로 자리하고 있다. 하드웨어 종속성을 최소화하면서도 고정밀·고속 제어를 유지하고, AI·디지털 트윈·엣지 컴퓨팅 등 상위 계층 기술과 실시간으로 연계함으로써 데이터 수집, 분석 및 제어 수행이 하나의 피드백 루프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이러한 구조는 ‘제어’가 더 이상 공정의 말단 기능이 아닌, 지능형 제조의 중심에서 데이터를 학습하고 최적화를 수행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산업 경쟁력은 AI의 분석 능력뿐 아니라, 분석 결과가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시스템에 반영될 수 있는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에 소프트웨어 기반 통합 제어 기술은 지능형 제조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로서 AI와 제어의 융합을 통해 산업 자동화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기고자: 김기훈, 모벤시스 C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