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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반도체·이차전지 제조, AI로 더 안전해진다

  • 202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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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부호 모벤시스 의장이 AI 기반 ‘예지보전’ 기술을 개발, 상용화할 계획을 밝혔다. /김동원 기자

[인터뷰] 양부호 모벤시스 의장 “앞으로 제조업 경쟁력 AI 기반 ‘예지보전’ 기술이 좌우”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국내 주요 제품 제조 라인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더 안전해질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컨트롤 기술을 바탕으로 주요 반도체 기업과 이차전지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기계제어 전문기업 기반 ‘모벤시스’는 AI 기반 ‘예지보전’ 기술을 개발, 2023년 말 상용화할 계획이다. 공장 가동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전류 등을 데이터 기반으로 분석해 이상징후를 실시간으로 확인, 설비의 고장 발생 여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회사 설립자이기도 한 양부호 모벤시스 의장을 만나 예지보전 사업의 전망과 회사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생산 분야 예지보전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데.

“향후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이기 때문이다. 공정 장비는 계속 증가하는 데 비해 전문 인력은 계속 줄면서 장비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가 중요해졌다. 

제조 분야에 근무하는 종사자는 계속 줄고 있고 근무 인력도 계속 고령화되고 있다. 지난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1∼2021년 한국 제조업 근로자의 연령대별 비중을 분석한 결과 청년(15∼29세) 비중은 2001년 29.7%에서 2021년 14.8%로 14.9%포인트 떨어졌다. 20년 만에 절반이 줄어든 수치다. 30대 근로자도 같은 기간 33.0%에서 26.4%로 7.5%포인트 축소됐다.

근무 인력은 계속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81명이었다. 세계 최하위권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수준인 가운데 젊은 층이 기피하는 산업인 제조 인력은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즉 일일이 사람이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각 기계의 데이터를 분석, 이상 여부를 알려주는 예지보전 기술의 유무는 향후 제조업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것이다.”

-모벤시스가 이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반도체와 이차전지 공장에 순수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컨트롤 기술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기술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즉 제조업에 오랜 기간 소프트웨어 기술을 납품해 왔으므로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만큼 기술개발과 납품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실제로 우리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오랜 기간 공급해오면서 데이터와 노하우를 많이 쌓아놨다. 예지보전 기술을 가장 쉽게 접목할 수 있는 플랫폼도 보유하고 있다. 기술개발과 적용이 쉽다고 생각해 예지보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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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벤시는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컨트롤 기술을 공급하며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모벤시스

-현재 모벤시스의 예지보전 기술개발 상황은?

“2023년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현재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연구개발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고객사의 요청을 받아 고객사 전용 제품을 개발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납품하는 모션컨트롤과 함께 기술을 제공할 수 있도록 자체 제품을 만들고 있다. 고객사 전용 제품은 일본 대형고객사 요청으로 이뤄졌다. 현재 해당 연구진과 관련 데이터를 토대로 예지보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다른 고객사에도 필요로 할 항목들을 정리해 자체 기술을 MIT와 함께 개발 중이다.”

- MIT와 함께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MIT에서 조교수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여기서 근무하다 1998년 ‘소프트서보시스템스’라는 이름으로 현지법인을 설립한 것이 모벤시스의 시초이며, 지금까지도 협업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예지보전 역시 MIT와 함께 개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가 혼자 개발하는 것보다 대학 연구소와 함께 개발하면 기술 객관성도 높고 추후 상용화 및 수출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봤다. MIT가 보스턴에 있는 만큼 ‘보스턴 연구소’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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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부호 의장은 “한국의 반도체 공장과 이차전지 공장 등에 이미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컨트롤 기술을 납품한 만큼 예지보전 기술 상용화도 자신있다”고 강조했다./김동원 기자

-예지보전 시장의 선도적 위치에 있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연구실과 현장의 차이다. AI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기술은 연구실에서 높은 성과가 나지만 현장에 적용해보면 그 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지보전도 마찬가지다. 연구실에서 아무리 높은 정확도로 장비 고장 여부를 예측하더라도 현장에 적용하는 경우 정확도가 달라진다. 현재 많은 기업이 예지보전 기술을 개발하면서 이 어려움에 부닥친 것으로 안다. 모벤시스는 이 문제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연구에 사용하는 데이터가 모두 모벤시스의 소프트웨어에서 취합한 데이터이고, 또 고객사와 협업을 통해 현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 만큼 연구실과 현장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관련 기술을 상용화 한 기업이 없지는 않다. 모벤시스만의 전략이 있을 텐데.

“우리는 한국의 반도체 공장과 이차전지 공장 등에 이미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컨트롤 기술을 납품해왔다. 이 모션컨트롤에 예지보전 기술을 업데이트해 기술을 납품할 예정이다. 이미 주요 고객사들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기술 납품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고객사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세계 5대 제조업체로 꼽히는 두 곳의 기업을 포함해 다양한 고객사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예지보전 기술이 개발되면 제조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제공할 계획도 하고 있다. 통합 제조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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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벤시스는 국내 반도체, 이차전지 공장에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모벤시스

-주력 제품이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컨트롤’이 될 거라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범용 PC만으로 장비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프로그래머블 로직 컨트롤러(PLC)’와 ‘모션 제어 보드’ 등 하드웨어 기반으로 장비를 제어했다면 우리는 이를 소프트웨어로 가능케 했다. 기존 PLC 기반 시스템과 달리 모션컨트롤 변경을 위해 하드웨어를 변경하거나 추가할 필요 없이 소프트웨어만 업데이트하면 돼 장비 운용이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국내 고객사로부터 모션컨트롤을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바꾼 후 장비 도입 비용을 약 30% 절감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컨트롤이 하드웨어 기반 기술보다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프로세서 차이 때문이다. PC는 중앙처리장치(CPU) 프로세서로 가동된다. PLC에도 프로세서가 탑재돼 있지만 CPU가 성능과 개발 주기 면에서 더 앞선다. PLC 기반 장비제어가 소프트웨어 기반 장비제어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다. 소프트웨어의 또 다른 장점은 유연성이다. 현재 우리 제품은 하드웨어 기반 모션컨트롤이 하지 못하는 AI 소프트웨어, 화상처리 소프트웨어 등과의 결합도 이뤄지고 있다.”

-향후 계획이 궁금해진다.

“중국과 유럽에 지사를 설립, 해외 진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국내에도 현재 반도체, 이차전지 등에 공급하고 있는 기술을 디스플레이 등 다른 공정에 적용,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계획이다. 우리가 반도체 공정에 기술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중국의 수출 규제가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각 국가가 서로 필요로 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처럼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가겠다.

최종 목표는 테슬라와 같은 기업이 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처음 전기차를 만든다고 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해냈고 향후 30년 안에 도로에는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벤시스도 계속 불가능을 이뤄냈다. 제조 장비를 소프트웨어로 제어한다고 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이를 해냈다. 앞으로 예지보전 기술 등을 더해 제조업에 새로운 변화를 창출해낼 수 있는 기업이 되겠다.”